[기자수첩] 금융권 디지털 혁신, 서두르다 탈 날라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04-25 13:56 수정일 2022-04-25 16:17 발행일 2022-0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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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발칵 뒤집혔습니다. 삼성 금융보안기술이 이 정도밖에 안되다니…” 삼성증권·화재·생명·카드 등 금융계열 4개사 통합 앱인 ‘모니모’ 개인정보유출 사고 발생 직후 금융권에서는 삼성의 ‘실수’에 큰 당혹감을 드러냈다.

가입자 465명이 앱에서 ‘증권’ 탭을 누르니 삼성증권 계좌를 보유한 타인 344명의 이름과 계좌정보, 보유종목, 수익률, 입출금 거래 및 잔액이 보였다고 한다.

올해 금융사들 최대 과제로 ‘원앱’ 등 디지털전환(DT)이 떠오른 가운데 삼성 금융사가 앱을 통합해 운영한지 나흘 만에 발생한 사고였다.

금융사들의 DT 압박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니모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이벤트 기간에는 5000원 상당의 쿠폰을 뿌렸고,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터진 후에도 선착순 3만 명 대상으로 커피쿠폰을 제공하며 가입자 확보전을 벌였다.

하지만 덩치 큰 금융 공룡의 변신이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은 현재 사용 중인 은행 앱만 20개다. 스타뱅킹 앱을 ‘슈퍼앱’으로 밀고 있지만, 기존에 다른 앱을 쓰던 고객들이 있어서 쉽게 단일화하지 못한다.

같은 은행 내에서도 앱 통합이 쉽지 않은데 증권 ·보험 등 업권별로 다른 앱을 통합하는 일은 오죽할까. 그래서 모니모의 사고는 다소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개인신용정보 유출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금융당국도 모니모의 법규위반 행위가 발견되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일로 인해 금융권 전체의 디지털 혁신 동력이 후퇴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김수환 금융증권부 차장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