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버티는 정호영 감싸는 尹당선인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2-04-18 14:45 수정일 2022-04-18 16:54 발행일 2022-04-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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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

“부지기군 시기소사(不知其君 視其所使)”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꼽히는 사마천이 한 말이다. 군주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면 그가 기용한 인재를 보라는 뜻이다.

제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있다. 바로 전병민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다. 그는 문민정부 출범 직전 공직자 재산공개 등 굵직한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에 임명됐다.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본인의 학력 위조 의혹 등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없던 정책기획수석이라는 직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신임받았던 그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의혹들이 제기되자 임명 사흘 만에 사퇴했다.

최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자 자녀의 병역특례·경북대 의대 편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국민의 힘에서조차 우려를 표하며 자진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당선인은 40년 지기인 정 후보자의 논란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고 발언했다. 국민들이 정 후보자의 자녀 특혜 논란을 또 다른 조국 사태로 받아들이는 지금 윤 당선인의 발언은 내로남불이다.

공교롭게도 전 전 정책수석과 정 후보자의 인선은 모두 당선인의 깜짝 인사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들의 인사는 발표 전까지 철저히 함구됐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끝맺음은 다르다. 전 전 정책수석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 친구로 알려진 정 후보자는 자녀들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을 두고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었다”며 대응하고 있다. 부지기군 시기소사(不知其君 視其所使)가 다시금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