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요금은 '정치요금'이 아니다

김아영 기자
입력일 2022-03-28 10:56 수정일 2022-06-01 05:27 발행일 2022-03-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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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산업IT부 기자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약 12시간 앞두고 발표를 잠정 연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조정 발표 일정을 미룬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민적 관심사가 쏠린 발표를 전날 밤 연기한 것을 두고 정치 논리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전기요금 동결을 주장했던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요청이 있었다고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와 한전 측은 2분기가 시작되기 전 전기요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3월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의 종결 날짜, 발표 일시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기요금은 조정 때마다 정치적 논쟁이 뒤따랐다. 전기요금이 ‘정치요금’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요금 인하는 ‘선심성’, 동결은 ‘눈치보기’ 비판이 대표적이다. 반복되는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연료비 연동제’가 등장했다. 외부 요인과 관계없이 연료비 변동분을 기준으로 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탈정치화 실현이 가능해 도입 초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 1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한 차례 인하하고, 지난해 4분기엔 인하된 요금을 원상복구 하는 수준에 그쳤다. 물가 안정, 선거 등 이유는 다양했다. 원칙을 거스르자 연동제 이행 여부라는 또 다른 정치적 논쟁거리가 생겼고, 한전은 5조8601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요금 백지화 공약을 근거로 또다시 연동제 원칙을 넘어선다면, 한전의 올해 적자는 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요금 논란도 피할 수 없다. 정책은 정치가 아니다. 정책에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 한전 적자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미래 국민의 몫이다. 만약 연동제로 인해 전기요금이 치솟으면, 정부가 전기요금 자체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연동제의 허점을 보완하면 된다. 새 정부만큼은 연동제를 있는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한전 경영 정상화의 첫 걸음이다.

김아영 산업IT부 기자 ay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