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코가 공기업으로 보이나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3-07 11:24 수정일 2022-04-29 17:04 발행일 2022-03-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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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산업IT부 기자

포스코의 지주사 서울 설립이 ‘외풍’에 좌절됐다.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 정치권과 지역 사회의 공세에 휘둘린 것이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가결한 이후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을 추진해 왔다. 당시 주식 수 기준 주주 75.6%가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 가운데 89.2%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포스코는 본사가 있는 경북 포항 지역 경제·사회·정치 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결국 지주사 서울 설립을 포기했다.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의사가 외부의 경영 간섭에 밀린 셈이다.

포항시는 아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저지에 나섰고, 경북 및 포항에 지역구가 있는 다수 국회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대선 후보들까지 가세해 이 사안을 쟁점화하며 갈등을 부채질했다. 이렇게까지 논란 될 일일까. 사기업이 지주사를 어디에 둘지는 정치권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해외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특히 대선 후보들의 포스코 압박은 지역 표심을 겨냥한 목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 논거는 지역 세수 및 인력 유출과 지역이 신사업 투자 등에서 배제될 우려다. 포스코홀딩스의 ‘단순’ 서울 설립이 정말 포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체 인력은 200여 명으로 인력 유출은 없을 것이며 지역 세수와도 무관하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일부 인력의 소속이 지주사로 바뀔 뿐, 알짜인 철강사업회사는 포항에 남는다. 또 포스코는 신규 투자도 포항 등에 우선하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게다가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생존 전략이다. 포스코는 주력인 철강이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자 배터리 소재와 수소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하는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는 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기업이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 외부 목소리에 무산된 것은 촌극이다.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에 휘둘려 온 포스코가 새로운 체제에서는 정치권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한다.

박민규 산업IT부 기자 mi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