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주 친화 경영, 변화는 시작됐다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3-03 14:31 수정일 2022-03-30 16:27 발행일 2022-03-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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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이 금융증권부 기자

한때 ‘삼천피’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상장사들은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낮은 배당성향 등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서학개미는 약 3조4000억원 어치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학개미가 국내 주식을 7400억원 정도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5배에 육박한다.

개미들이 특히 미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요인은 주주친화정책이다. 대다수 미국 기업들은 높은 배당성향에 더해 꾸준히 배당금을 늘려가는 등 적극적 주주 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로,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회사가 창출한 수익을 주주들과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의 배당성향은 영국(56.4%), 홍콩(57.8%), 프랑스(45.4%), 미국(41.0%) 등 주요국과 달리 약 27%에 불과하다. 일본(31.1%), 중국(28.4%)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최근 상장사들의 주주친화적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소액 주주들의 입김과 요구를 더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KB금융·하나금융지주 등은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했고, 기아는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3배로 늘렸다. 효성티앤씨는 작년 결산배당을 전년 대비 10배 높이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변화는 이제 시작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속에서 이 같은 기조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주주 친화 환경 구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안동이 금융증권부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