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부자 나라의 낮고 불평등한 행복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2-02-27 10:45 수정일 2022-02-27 10:50 발행일 2022-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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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기자

행복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의 목적이자 지향일 것이다. 행복은 개인이 갖는 가치관과 철학에도 영향을 받지만 기본적으로는 경제 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는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또 지난해 수출액은 644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 무역순위는 8위다. 한국은 한국전행 후 원조를 받는 ‘극빈국’에서 70여년 만에 공식적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국민 행복도는 경제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국제 비교로 보는 한국인의 행복’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이탈리아와 그리스, 라트비아, 일본 등과 함께 성장 수준에 비해 국민총행복 수준이 낮은 국가에 포함됐다. 핀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등은 성장 수준도 높고 국민총행복 수준도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은 행복불평등 지표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고성장했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했거나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행복을 일정 부분 양보했을 수도 있다.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많은 부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이 ‘행복하게 잘 살기’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제 한국도 경제규모와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격적인 국민행복도 높이기 대책이 필요하다. 개인 가치에 따른 행복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물적·환경적·문화적 요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앞의 보고서는 “행복 불평등을 줄일 수 있도록 복지국가의 제도적 여건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