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에도 금도(禁度)가 있다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2-02-24 15:04 수정일 2022-05-01 14:37 발행일 2022-02-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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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 15일 제 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첫날 충남 천안에 정차해 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유세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대위원장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에 여야는 한 목소리로 고인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조용한 선거운동을 치르겠다 다짐했고, 안 후보 역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선거를 완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안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말이 안 되는 게 고인이 갑자기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라며 “국민의당 유세차 운전하시는 분들은, 아니면 버스 운전하시는 분들은 유세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여야는 한 목소리로 이 대표를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당은 이 대표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 대표 사퇴는 커녕 SNS를 통해 사과 의사가 없다고 밝혀, 이 대표를 향한 정치권의 비난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치가 오랜 시간 거대 양당의 대립 구도로 날선 발언들이 오가는 냉혹한 환경이긴 하지만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정치인들이 스스로 지키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그들 자신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하물며 우리와 대립하고 있는 북한조차도 고(故)이희호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강한옥 여사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보낸 바 있다. 누군가의 죽음에 응당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태도를 갖춘 것이다. 그런데 제1 야당의 대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의 죽음을 조롱하고 비하한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정치에도 금도(禁度)라는 게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대선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