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심상찮은 임대차시장, 과도한 개입은 毒

문경란 기자
입력일 2022-02-10 14:29 수정일 2022-04-27 15:57 발행일 2022-0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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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최근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매매시장 분위기와 달리 임대차시장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겉으로 보기엔 전세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돼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체 임대차 거래의 약 80%가 월세(반전세 포함)로 거래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강남에서 입주한 다른 단지들 역시 월세 비중이 50%에 이른다.

이 같은 월세 비중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4%로, 2019년(31.1%), 2020년(31.9%)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를 나타낸다. 이러한 월세 비중 급증 현상은 강남,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국으로 동일하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도입 전부터 급등한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반전세와 같은 보증부 월세로 밀려날 것을 우려했다. ‘종부세’ 등 보유세 증가 부담 역시 임대인에서 임차인으로 전가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수차례 전망해왔다. 당시의 전망이 현재의 주거용 부동산 임대시장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물량이 쏟아지는 올 여름이면 월세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다며 임대차3법을 내놓고, “98%의 국민은 종부세와 무관하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주거비 부담은 부쩍 늘었고 타격은 서민들이 가장 먼저 받고 있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새로 출범할 정부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장을 왜곡하는 과도한 개입만 없애도 임대차시장 문제의 절반은 해결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