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학개미 표심 목매다 시장 놓칠라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2-09 14:11 수정일 2022-02-09 14:12 발행일 2022-0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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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이 ‘동학개미’ 표심잡기에 한창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신사업 분할상장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편입 등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분야들만 ‘쏙쏙’ 골라왔다.

정치권이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간 지지부진했던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공약이 잘 실천되기만 한다면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대선 후보가 ‘표(票)퓰리즘’에 빠져 일부는 무리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시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도 중장기 투자성향의 외국인투자자들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공매도의 주요 주체도 외국인이라 더욱 그렇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이 떠나면서 뚝뚝 떨어지는 코스피를 보면 투자할 생각이 안 들 것이다.

국내 증시를 떠난 동학개미는 해외주식을 찾아 ‘서학개미’로 변했다. 증권사들도 ‘소수점 해외거래’, ‘해외주식 실전투자대회’ 등 해외주식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린 개인투자자들을 다시 설득하기 위해선 단순히 인기 영합에 그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유니콘 기업의 국내 상장유치 유인책 강화 등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세운 공약을 시장과 발맞춰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동학개미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