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효성 없는 배달비 공시제 카드

박자연 기자
입력일 2022-02-03 14:01 수정일 2022-05-09 19:09 발행일 2022-0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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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정부가 이달부터 서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배달수수료 현황을 공개하는 ‘배달료 공시제’를 시행한다. 최근 배달수수료가 5000원, 심한 경우는 1만원을 넘어가자 이같은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직접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 접속해서 일일이 비교해야 배달수수료를 알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이런 불편을 해소해 판매자의 합리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배달료 공시제 시행을 결정했다.

배달수수료 공개 내용에는 △배달플랫폼별 배달비 △거리별 할증요금 △배달방식별(묶음·단건) 수수료 △최소주문액 등이 포함된다. 일단 서울에서 시범사업 격으로 진행되며,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매달 1회 배달수수료 현황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 발표는 2월말 쯤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가 꺼내든 ‘배달비 공시제’ 카드가 배달 기사의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배달업계 생태계를 무시한 정책이라는 의견이다. 이미 배달비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단순한 배달비 비교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달기사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를 정보 비대칭으로 해석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배달 기사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라이더들의 보험료 인상 등 배달할 때 드는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부터 월 80만원 이상을 버는 라이더에 대해서는 고용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배달 기사를 고용하는데 드는 자영업자들의 부담과 배달료 공시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배달비 인상을 소비자들의 정보 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인 라이더 부족 문제를 깊게 들여봐야 한다.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