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점포 폐쇄에 고객은 없다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2-02-02 14:22 수정일 2022-03-30 13:40 발행일 2022-02-03 19면
인쇄아이콘
clip20220202031639
이지은 금융증권부 기자

금융권 소비자 이슈들을 취재할 때면 간혹 좋게 해결된 듯한 사안도 석연치 않게 보일 때가 있다. 일단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 논란을 덮어두긴 했으나 문제의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 말 모 은행의 서울 한 지역 지점 통폐합 문제가 이 같은 사례에 해당될 수 있겠다. 은행은 운영비용 감축을 이유로 지점을 통폐합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논란 끝에 디지털 출장소 형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 편익을 강조하는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이 결정도 못마땅하다. ‘사전영향평가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은행들이 계속해 점포 폐점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영향평가제도란 은행의 폐점 결정이 타당한지 고객의 수, 영업 이익 등을 따져보는 걸 일컫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부터 점포를 폐점하는 은행들이 해당 평가를 통과해야 할 것을 의무화했다. 단 평가의 기준 자체는 금감원이 간섭하지 않는다. 현재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기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이 부분이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지점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영업 실적, 지점 간 거리 등 정량화될 수 있는 부분만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다. 폐점 예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 등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영업실적이 나지 않고 인근에 점포를 대체할 수단이 있으면 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점을 언제나 닫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은행 이익단체의 기준을 따르는 이 제도에 고객의 목소리는 없다. 지난해에만 점포가 240여 곳 폐쇄됐다. 소비자 편익을 최소한 반영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지은 금융증권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