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소비자 이슈들을 취재할 때면 간혹 좋게 해결된 듯한 사안도 석연치 않게 보일 때가 있다. 일단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 논란을 덮어두긴 했으나 문제의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지난해 말 모 은행의 서울 한 지역 지점 통폐합 문제가 이 같은 사례에 해당될 수 있겠다. 은행은 운영비용 감축을 이유로 지점을 통폐합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논란 끝에 디지털 출장소 형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 편익을 강조하는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이 결정도 못마땅하다. ‘사전영향평가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은행들이 계속해 점포 폐점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영향평가제도란 은행의 폐점 결정이 타당한지 고객의 수, 영업 이익 등을 따져보는 걸 일컫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부터 점포를 폐점하는 은행들이 해당 평가를 통과해야 할 것을 의무화했다. 단 평가의 기준 자체는 금감원이 간섭하지 않는다. 현재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기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이 부분이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지점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영업 실적, 지점 간 거리 등 정량화될 수 있는 부분만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다. 폐점 예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 등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영업실적이 나지 않고 인근에 점포를 대체할 수단이 있으면 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점을 언제나 닫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은행 이익단체의 기준을 따르는 이 제도에 고객의 목소리는 없다. 지난해에만 점포가 240여 곳 폐쇄됐다. 소비자 편익을 최소한 반영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지은 금융증권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