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선판 뒤흔든 ‘무속 논란’...국정농단 되풀이 되지 말아야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2-01-26 14:48 수정일 2022-02-14 21:39 발행일 2022-0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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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킹’은 과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내내 그들은 유력 정치인과 재벌들을 마음 먹은 대로 수사하고 기소하며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들이 유일하게 몸을 바짝 낮추는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대선 시즌이다.

그들은 선거철마다 용하다는 무속인들을 찾아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며 거액의 굿판을 벌인다.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황당한 웃음을 유발하며 그저 영화속의 코믹한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가 싶었지만,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그의 부인 김건희 씨에게 제기된 ‘무속 논란’을 보면 영화는 현실이 된 느낌이다.

무속 논란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 토론회 당시 윤 후보가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새긴 장면이 포착되면서 한 차례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김 씨가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눈 녹취록을 통해 ‘무속 논란’은 다시 대선판에 재등장했다.

녹취록으로 점화된 무속논란은 이후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무속인 건진법사 전 모씨는 김 씨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고, 윤 후보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한 모습도 포착됐다. 심지어 전 모씨는 김 씨의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근무한 정황까지 드러나며 윤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여당의 계속되는 ‘무속 논란’ 공세에 국민의힘은 맞불작전으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욕설 파일을 공개해, 공약과 정책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할 대선은 어느새 녹취록 공방으로 혼탁해진 상황이다.

여야의 극한 공방 속에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더욱 더 절실히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최순실과 그에게 휘둘린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로 인해 ‘국정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비극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