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울어진 운동장에 개미들은 운다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01-23 14:52 수정일 2022-01-23 14:52 발행일 2022-01-24 19면
인쇄아이콘
ksh_120-150(기자수첩용)
금융증권부 김수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역대 IPO 청약 신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 주식시장의 그늘진 모습도 드러냈다.

청약금의 절반을 증거금으로 선납해야 하는 개미투자자 A씨는 ‘영끌’ ‘빚투’가 사라졌다는 요즘 같은 금리인상기에 마이너스통장에다 보험 약관대출까지 끌어다 수천만 원을 증거금으로 내는 모험을 했지만 고작 몇 주를 손에 넣었을 뿐이다.

개인과 달리 청약증거금 납부 의무가 없는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서 한 주라도 더 받으려고 자본금의 천 몇 백배를 베팅했다는 뉴스에 개미들은 허탈해 한다. 1경5000억이라는 신기록이 뻥튀기 된 허수라니, 덕분에 공모가 최상단을 받아 든 개미들은 씁쓸할 뿐이다.

이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SNS에서 “금융당국이 무능하거나 부패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비판했지만, 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물적분할 자회사 LG엔솔로 쏠리는 거대 자금을 바라보는 모회사 LG화학 소액주주들의 심기도 불편하다. 온라인 주식토론방에서는 “기존주주 죽이고 LG엔솔 ‘따상’(공모가 대비 수익률 160%)이라고?” “이제 배터리도 없는데 탈출하자”는 자조 섞인 한탄이 쏟아진다. 한때 주당 100만원 하던 LG화학은 지금 60만 원대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거론한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다.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통제 이슈나, 카카오·LG엔솔 등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상장 등등.

힘없는 소액주주가 희생양이 되고, 주식시장의 불공정·불투명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내 증시는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