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 길 먼 'K-순환 경제'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1-19 14:20 수정일 2022-04-29 17:18 발행일 2022-0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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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산업IT부 기자

화학사들이 탄소 중립 기조 아래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대거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방안을 내놨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이른바 'K-순환 경제'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석유계 플라스틱에 대해 오는 2030년까지 사업장 플라스틱의 15%와 생활 플라스틱 20%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고, 종이·유리·철 뿐 아니라 플라스틱 제조 업체에도 재생 원료 사용 의무를 내년부터 부과하는 것이 해당 계획의 골자다. 특히 페트의 경우 2030년까지 30% 이상의 재생 원료 사용 목표를 부여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플라스틱 선순환을 국가적으로 추진할 것을 명시화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생 원료는 '기계적 재활용' 또는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계적 재활용 기술만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다. 즉, K-순환 경제 계획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써야 할 재생 원료는 사실상 기계적 재활용으로 추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품질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한계다. 기계적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제품 품질이 저하되며, 오염 및 유색 플라스틱 제품에는 적용조차 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현 체계에서는 깨끗한 플라스틱을 선별, 수거하기도 쉽지 않다. 분리 배출이 철저히 이루어져도, 수거 과정에서 폐기물을 우르르 쏟다 보니 오염 물질이 여기저기 묻는다. 업계 관계자는 "샴푸통이면 몰라도 음식 용기을 재활용한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찝찝해 하지 않겠느냐"라며 "(재생 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이 높아, 인식 제고도 과제"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기계적 재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계적 재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국가들에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두고 있다"라며 "설비부터 공정과 보조제 등까지 국가가 인증하는 특정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FDA가 지난 2006년에 이미 재생 플라스틱 생산 및 이용에 대한 안전성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올해부터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의무화하는 미 캘리포니아주는 이 같은 기반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재활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는 재생 원료 적용 의무화의 시한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플라스틱 재활용 인프라와 지침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미국이나 유럽 등 플라스틱 재활용 선진국들의 선례를 참고해 서둘러 체계를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박민규 산업IT부 기자 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