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멸공' 한마디에 우는 개미 생각해봤나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1-13 14:12 수정일 2022-02-25 15:44 발행일 2022-0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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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이 금융증권부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아슬아슬한 행보에 신세계 그룹 소액주주 개미들의 애가 타고 있다.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6.8% 폭락했다. 최근 정 부회장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소위 ‘멸공(滅共)’ 발언의 여파다. 하루 새 시총은 1600억원 이상 증발했다. 같은 날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I&C 등도 각각 5.34%, 3.16% 하락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근 1년간 가장 많은 신세계 주식을 팔아 치웠다. 외국인도 지난 10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를 순매도했다.

주가가 급격히 빠지자 정 부회장은 더 이상 관련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사태 해소에 나섰다. 이후 주가는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해 개미들이 다소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 부회장이 신세계 보이콧 이미지 및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게시글을 올리는 등 기업 가치 외적인 주가 리스크를 키우는 언행을 이어가 바라보는 개미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급기야 지난 12일 이마트 노조는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정 부회장의 언행에 우려를 표하며 그간 사업가로서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볼 것을 촉구했다. PK마켓, 삐에로 쇼핑, 부츠 등 그간 이마트가 철수한 사업을 돌아보며 본인의 경영능력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노조의 일침처럼 최근 정 부회장의 언행은 이마트의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개인 취향(소신)적 언행이 회사의 경영위기를 초래해 소액주주들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영인이라면 고려해야 한다. 오너의 SNS 게시글 때문에 해당 기업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도 드물 것이다.

안동이 금융증권부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