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로감만 누적된 야권의 ‘갈등 그리고 화해’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2-01-09 14:13 수정일 2022-01-09 14:15 발행일 2022-0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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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갈등 끝에 다시 한번 극적 화해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이들의 갈등과 화해를 지켜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원팀’ 선언의 진정성은 이미 퇴색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단순한 선언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지난 6일 ‘당 대표 사퇴 결의안’이라는 제안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올라왔다. 이들의 제안 이유를 종합하자면, 그동안 윤 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에 대해 쓴 소리를 한 이 대표가 쇄신된 선거대책본부에서도 또다시 ‘분란’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이 대표는 의총에 참석해 30여분 동안 자신이 윤 후보와 해산된 선대위를 두고 쓴 소리를 한 이유를 설명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의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집중했다. 이 가운데 윤 후보는 예고 없이 회의장을 찾았고, 배석자 없이 이 대표와 가진 짧은 회동 끝의 극적인 타협으로 갈등은 봉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간 ‘의사소통’ 문제로 이 대표가 당무 거부를 행사하다, 윤 후보의 울산 방문을 통해 갈등이 봉합된 ‘울산 회동’이 불과 한 달 전 모습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의사소통 문제로 이 같은 사태가 불거졌고, 또다시 봉합됐다.

이 대표는 이번 의총에서 평택 화재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의 조문을 가는 윤 후보를 두고 “개인택시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으로서 윤 후보를 손님으로 모셔도 되겠나”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화답했고,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이렇게 쉬운 것을 말입니다”고 말했다. 결국 ‘직접 소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대목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렇게 쉬운 ‘소통’을 왜 진작하지 못하고 내부분열로 국민의 피로감을 키우는지 말이다.

김주훈 기자 shadedo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