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 양극화 부추기는 방역지침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1-12-29 13:58 수정일 2022-05-24 15:22 발행일 2021-12-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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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올해 연말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유독 더 추웠다. 정부가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로, 사적모임 인원은 4인 이하로 제한하면서 연말 손님이 뚝 끊겼다.

급기야 자영업자들은 지난 27일과 28일에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간판 불을 끄며 소등시위에 나섰다. 이틀 장사를 망칠 각오를 하고 정부의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반면 화려한 조명으로 꾸며진 백화점 일대는 연말 분위기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원래 오후 9시까지 영업하는 백화점은 방역지침에 따른 타격도 입지 않았다. 연말 선물을 사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인 주요 백화점은 지난 주말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높은 매출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심각해진 소비 양극화 현상에 정부의 방역지침이 기름을 부은 꼴이 돼버린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난 뒤 1년 동안 소상공인들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더 퍽퍽해졌다. 중기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117만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을 받고 하루 8시간, 주 5일을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월급이 182만원이다.

정부는 내일(31일) 이번 방역지침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29일 자영업자 단체 7개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와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때 최대한 자영업자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인내와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역 지침에서 벗어나 보길 기대한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