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학개미, 카카오페이에 뒤통수 맞다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12-26 14:27 수정일 2022-05-24 11:08 발행일 2021-12-27 19면
인쇄아이콘
2019030301010000295_p1
금융증권부 이은혜 기자

“어렵고 복잡했던 금융의 장벽을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카카오페이를 선택하고 지지해준 사용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소감이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투명한 경영’을 강조했고, 신규 상장 기념식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는 기자간담회와 상장 기념식에서의 포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의 경영진 8명은 지난 10일 시간외매매로 44만903주의 주식을 팔았는데, 카카오페이의 일평균 거래량과 맞먹는 규모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00억원이다. 카카오페이의 사용자인 ‘국민’이 일평생 벌어도 닿지 못 할 금액에 가깝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각은 주가가 고점에 닿았다는 신호로 판단돼 악재다. 게다가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식을 팔았던 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우량주지수인 코스피200에 편입돼 공매도가 허용된 첫 날이었다. 가뜩이나 공매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공시 이후 6% 하락했고 14일까지 3거래일 연속 꺾였다.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법적으로는 아무리 걸림돌이 없다고 하지만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강조했던 류 대표의 말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4년 간편결제를 시작으로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수는 3650만명, 월간이용자수(MAU)는 2000만명에 달한다. 국민의 대부분이 이용하는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경영진들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주문한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