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지 않은 길’ 첫발 뗀 ‘뉴 삼성’ 인사...내부 설득에 성패 달렸다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12-12 15:06 수정일 2022-05-24 16:29 발행일 2021-1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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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산업IT부 기자

이재용 식 ‘뉴 삼성’이 차츰 그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가장 거세게 분 곳은 단연 인사다. 예년에 비해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진행된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에서 삼성은 과감한 혁신의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지난 9일 단행된 2022년 임원 인사에서 전체 승진 대상 중 30~40대의 상무·부사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를 넘어섰다. 만 37세의 상무가 DS부문에서 배출됐고, 40대에서도 만 45세의 삼성리서치 랩장이 최연소 부사장에 임명됐다. 앞서 진행된 사장단 인사에서는 기존 사업부문을 통합하고, 3인의 대표이사를 투톱체제로 전환하는 등 수뇌부와 조직 전반에 대한 대수술도 감행했다. 주요 그룹들이 주로 세대교체 틀에서 안정에 방점이 찍힌 인사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삼성의 이번 인사는 더욱 대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사 혁신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 내부에서도 이번 제도 개편과 인사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인사 개편안에 대해 내부 직원들 간의 경쟁과 상호 감시·견제를 강화하고, 인사 고과권자의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 취재 시 MZ세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새 인사 제도 발표가 있기 얼마 전 미국 출장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인사에서 처음으로 그 ‘가지 않은 길’의 첫 발을 내딛었다. 삼성의 ‘길’이 혁신의 성공 가도가 되느냐는, 결국 향후 뉴 삼성의 중추가 될 MZ세대 등이 투명한 경쟁과 수평적인 조직문화 등 개혁의 과실을 얼마나 체감할지, 내부의 반발을 어떻게 지속 설득할지에 달려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