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탄소 중립 하라면서요?”…넷 제로 늦추는 조세 제도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2-09 13:23 수정일 2022-05-11 23:04 발행일 2021-1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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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산업IT부 기자

정부는 지난 7월 배터리·백신·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 및 연구 개발 투자에 약 1000억원의 세제 지원을 실시하기로 세법을 개정했다.

조세 특례 제한법에 따르면 국가 전략 기술 관련 시설 투자는 △대기업 6% △중견 기업 8% △중소기업 16%에, 일반 기술 시설 시설 투자는 △대기업 1% △중견 기업 3% △중소기업 10% 등으로 세액 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와 수입 수준에 따라 세제 혜택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탄소 중립에 기여할 기술들에도 이 같은 기준이 합리적인 것인가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강·석유 화학·시멘트·정유 등 순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4개 산업 대부분이 대기업 위주라, 현 조세 제도는 기업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전체 탄소 배출량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철강 업계에서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과 탄소 포집 후 저장 및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세제 혜택이 전무하다. 탄소 중립 달성의 핵심으로 꼽히는 그린 수소 등 수소 신기술마저 세제 혜택을 못 받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할 텐데, 아직 세제 혜택 같은 별도의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저마다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했지만, 이가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만큼 정부의 세제 개선 등 정책 수립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이 세액 공제를 가장 많이 받더라도 설비 투자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비중이 높지는 않을 것이다. 탄소 저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탄소 저감에 기여하는 순으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박민규 산업IT부 기자  mi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