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왜곡처벌법이 필요한 이유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1-11-29 14:13 수정일 2021-11-29 16:23 발행일 2021-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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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가 지난 23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의 나이 향년 90세. 전 씨는 자신의 집권기에 참혹하게 생을 마쳤던 광주 시민들,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에 비해 별다른 고통도 없이, 그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그렇게 갔다. 그가 평생 벌인 수 많은 악행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수를 누리다 생을 마감한 셈이다.  

그가 죽은 뒤 치러진 5일간의 장례는 그야말로 전 씨 지지자들의 망언 백화점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제5공화국 당시 전 씨와 같이 일했던 수많은 군인들과 관료들은 전 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5·18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 특수군의 소행’, ‘발포명령은 전두환이 하지 않았다’ 등과 같은 망언을 뱉어내며 조금의 미안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지도 이제 4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최초 발포 명령자는 누구이며, 수많은 행방불명자들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그들의 시신이 묻혔는지 조차 진상 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에, 그들의 발언은 오늘도 유족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히고 있다.

지난 28일 광주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인권유린의 역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역사왜곡처벌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그는 전 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학살자는 천수를 누렸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사실 왜곡과 망언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반인륜 범죄를 단죄하고 역사 왜곡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베스트셀러 ‘이방인’, ‘페스트’의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매국노 법적 처리를 그만하자’ 는 보수세력의 목소리에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으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게 된다. 정의로운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 후보의 ‘역사왜곡처벌법’ 공약을 단순히 대선 후보의 정치적 발언으로 치부하기 보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는 ‘공론의 장’으로 삼았으면 한다.

권규홍 정치경제부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