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정경제의 온도, 공정위의 무게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1-11-14 13:50 수정일 2021-11-14 14:05 발행일 2021-1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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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공정경제 가치 구현에 ‘예외’가 있을 수 있을까. 공정경제를 대하는 일부 정치권 분위기가 최근 심상찮다. 해운사 운임 담합 사건이 그 바로미터다. 뚝 떨어진 물리적 기온만큼, 차가워진 공정경제의 온도를 실감케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23개 선사의 운임 담합 사건의 제재 수위 결정을 위한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심사 과정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발 외풍(外風)이 셌다.

농해수위가 ‘해운사 담합 규제권한을 공정위가 아닌 해양수산부가 갖도록’ 하는 골자의 해운법 개정에 나선 것이 대표적 이다. 해운법 개정안에는 소급 적용 내용 등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의 해운사 운임 담합 제재는 무력화 될 가능성이 크다.

해운사가 막대한 과징금을 내게 되면 해운산업의 중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해 농해수위 위원들이 법 개정이란 강수를 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들 나름의 우국충정일 것이다. 다만 ‘해운산업을 살리겠다’며 쏘아올린 작은 공이, 도리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온 공정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자책골이 되지는 않을까 톺아볼 일이다.

해운사 운임 담합사건에서 공정위가 내릴 결론은 그렇기에 중요하다. 세간의 표현처럼 외풍에도 공정위가 중심을 지키는 바위가 될지, 흔들리는 조약돌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은 공정 경제의 근간”이라는 조성욱 공정위원장의 일언(一言)은 이해득실에 따라 원칙이 가벼이 흔들리는 이 시국에 여전히 지향해야 할 공정경제의 온도와 공정위의 무게를 실은 언어로 들려온다.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