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뛰는 물가 뒷북만 치는 정부

박자연 기자
입력일 2021-11-10 15:08 수정일 2021-11-10 15:09 발행일 2021-1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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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를 찍는 등 무섭게 고공행진 중이다. 설상가상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김장채소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마저 들썩이고 있다. 냉해로 가을배추, 가을무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마늘 등 김치 양념 가격도 크게 올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급히 지방자치단체들과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반을 꾸리고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놨다. 우선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인 김장 집중 시기에 배추의 시장 출하량을 하루 평균 260톤으로 평상시보다 1.37배 늘리기로 했다. 또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통해 김장채소류와 돼지고기 등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 수급 조절 정책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처음으로 2%대를 넘어섰을 때,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물가 수준이 낮았던 점이 기저효과로 작용한 결과라며 낙관적으로만 전망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6월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당시에도 조류 인플루엔자로 산란계가 급격히 감소해 달걀 한판 가격이 1만원을 웃돌고 있었다. 이후 정부는 할당관세(관세율 0%)를 적용해 3억개가 넘는 달걀을 수입했지만 현재까지도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물가 안정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원재료 가격 인상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위드 코로나 시작과 동시에 이미 인상분을 음식값에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맞고 있는 지금, 정부는 이제라도 과감한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