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군가에겐 장벽 같은 키오스크

조택영 기자
입력일 2021-10-28 14:20 수정일 2021-10-28 14:21 발행일 2021-10-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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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택영 정치경제부 기자
조택영 정치경제부 기자

바야흐로 ‘키오스크(무인단말기)’의 시대다. 카페는 물론 음식점, 공항, 극장 등 곳곳에서 키오스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문분야인 약국에서도 키오스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에 따른 정보 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간분야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지난 2019년 8587대에서 2021년 2만6574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요식업 분야 키오스크는 5479대에서 2만1335대로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행정민원이나 은행, 대학 등 공공분야까지 합치면 국내에 보급된 키오스크는 약 21만대에 육박한다.

반면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 등 4대 정보취약계층의 전자기기 이용 역량은 3년 내내 60%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4대 정보취약계층의 전자기기 이용 역량은 지난 2018년 59.1%, 2019년 60.2%, 2020년 60.3%였다.

실제로 키오스크가 설치된 장소에선 진땀을 흘리는 노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서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키오스크를 접한 뒤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주문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정보 격차와 소외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아날로그에 익숙한 고령층에게는 키오스크 활용이 큰 장벽이 됐다.

이 때문에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정보취약계층 등이 변화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보 격차의 문제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소외 문제로 귀결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조택영 정치경제부 기자 ct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