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 위기론 속 기술격차 시동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10-24 16:45 수정일 2022-05-25 05:24 발행일 2021-10-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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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전망이 더욱 짙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1분기까지 가격하락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기술 투자 등을 통한 대응에 나섰다. 이런 대응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혹한기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4분기에도 D램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의 올해 4분기 평균거래가격은 3분기 대비 3%에서 최대 8%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의 경우, 공급과 수요 증가율 역전이 본격화되면서 D램 가격이 올해 대비 최대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D램 공급 증가율을 수요 증가율보다 2%포인트 가량 높은 약 18%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감소는 재고 증가 외에 모바일 시장의 수요 차질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글로벌 D램 수요의 30~40% 가량이 모바일 생산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수급난 악화로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모바일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스마트폰에 사용될 D램과 낸드 플래시의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 역시 기존 아이폰13 생산량을 최근 1000만대 가까이 줄였다.

특히 D램에 이어 비교적 수요가 견조하던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역시 4분기 최대 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기업의 타격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낸하 기준 삼성전자의 사업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6%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비중을 늘려온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5%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경우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불투명성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 수급 등의 이슈로 11월까지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겠지만, 전체 업황은 내년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메모리 반도체 위기론을 꺼내들었던 모건스탠리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내년 2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다시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업계 혹한기 이후를 대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10년간 1500억달러를 들여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제조와 연구개발(R&D)에 나선다고 밝혔다.

후발 주자의 추격에 대비해 국내 기업도 기술 투자로 선두 유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D램 중 최고 사양인 ‘HBM3’를 개발해 차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해당 D램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반인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등 4차산업 기반 산업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과 5G 등 차세대 산업을 겨냥한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달 12일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반도체 D램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 국내 업계에 주는 영향은 분명 있겠지만, 내년부터 서버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불확실성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주요 업체들이 투자나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