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우도 고래를 삼킬 수 있다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1-10-21 13:57 수정일 2022-05-23 15:13 발행일 2021-10-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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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산업/IT부 기자

참 길고도 긴 반환점이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라는 ‘잘못된 만남’을 시작으로 올해 초 인도 마힌드라의 완전 철수까지, 쌍용자동차의 지나온 과정들은 ‘흑역사’의 점철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는 쌍용차의 지나온 시간들을 외국 투자 자본의 전형적인 ‘먹튀’ 실현이라 주장한다.

실제 상하이차의 경우, 각종 재무 지표들이 쌍용차 인수가 기술 탈취를 목적으로 삼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마힌드라 역시 인수 당시 약속했던 신규 투자를 이행하지 않을 정도로 인색함이 극에 달했다. 2010년 인수 이후 시장에 내놓은 신차가 사실상 ‘티볼리’ 하나에 그칠 정도다.

전날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외투 자본에서 국내 기업에 안긴 큰 의미를 지닌다. 다만 시장에서는 에디슨모터스의 자본력에 강한 의구심을 품으면서 인수 진정성을 묻고 있다. 여기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지라도 쌍용차의 전기차 대전환이 실로 가능하겠냐는 의아심이다.

물론 2015년 설립한 에디슨모터스의 짧은 연혁처럼, 이러한 의문 제기는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다만 에디슨모터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스스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라 자부하는 쌍용차 구성원들의 재기 의지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국내 SUV의 시작인 ‘코란도’와 혁신 SUV로 평가받는 ‘무쏘’와 같이 쌍용차만의 DNA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우선이라면,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둬야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의 초고속 성장 비결을 정체성 확립에서 찾는다. 배터리부터 자동차 몸체까지 빌려 쓰면서 자신은 시스템 통합의 컴퓨팅 기술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다는 역설이 충분히 통하는 전기차 대전환 시대를 대변한다. 부디 쌍용차가 그간의 역경을 밑거름 삼아 생존의 이유를 훌륭히 증명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