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억 퇴직금과 어느 한 청년의 죽음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1-10-20 13:59 수정일 2022-02-14 18:40 발행일 2021-10-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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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권규홍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여야가 연일 국정감사장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 정국에서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수수한 사건의 여파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당초 곽 의원의 아들은 50억 원 수수를 두고 “회사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된 데 따른 것”이며 “재직 중 산재를 입어 받은 것”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그가 받은 50억 원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들의 퇴직금과 맞먹는 수준으로 알려졌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비판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화천대유 대주주로 알려진 김만배씨는 곽 의원 아들의 50억 원 수수를 두고 “정당하게 지급됐다”고 말했고, 국민의힘 이영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50억 원을 ‘푼돈’이라고 언급하며 곽 의원을 비호해 여론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장 여당과 시민사회는 한 목소리로 곽 의원 부자를 비판했고, 각 대학에선 박탈감을 호소하는 청년들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논란이 커지자 곽 의원은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곽 의원 아들은 50억 원 수수의 경위를 두고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 상황이다.

지난 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가한 부자 400명은 (2011년 기준으로)평균 50억 원을 보유하면 ‘부자의 최소 자산’에 부합한다고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일반인이 평생을 성실히 일해도 만질까말까 한 ‘부자’의 타이틀을 곽 의원 아들은 첫 직장 근무 6년 만에 받았으니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최근 곽 의원 아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한 청년이 일당 30만원 가량을 받기 위해 아파트 외벽을 청소하다 줄이 끊어져 추락사 했다는 기사는 겨울로 접어드는 이 계절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정치경제부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