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체개발 나선 글로벌 기업···韓 파운드리 기회될까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10-17 16:51 수정일 2022-05-25 05:27 발행일 2021-10-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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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빅테크와 완성차 업체 등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자체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국내 파운드리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사 차량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에서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반도체 개발은 현대오트론 등의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현대모비스 등이 주축이 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역시 자체개발한 칩을 차량에 장착 중이다. 지난 8월에는 반도체 D1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요타 역시 ‘르네사스’에 대한 지분 투자와 함께, 전장업체 덴소 등과 반도체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선 것은 수급난으로 인한 완성차 업체의 생산타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IHS마킷은 지난 8월 올해 글로벌 차량 생산 감소 물량이 최대 71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3분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210만대의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조사업체의 분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타격이 크다. 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7~9월 국산 완성차 업계의 자동차 생산량은 76만1975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생산량으로, 코로나19로 생산량이 감소했던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1% 가량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반도체 자체설계에 나서고 있다. 구글의 경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텐서를 공개한 바 있다. 애플 역시 M1X를 개발해 노트북에 자체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 내재화가, 국내 파운드리 기업 입장에서 새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해당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반도체 제조 시설(Fab)을 직접 운영하기는 힘들다. 설계 후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위탁해야 한다. 파운드리 업계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실제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837억달러 수준의 파운드리 매출이 오는 2027년에는 13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SMC를 대상으로 기술 추격을 선언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고객을 늘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안 전무는 “향후 반도체 자체개발과 내재화에 나설 기업들이 많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 역시 한정된 만큼 잠재적인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텐서의 생산에 이어, 테슬라가 개발한 HW4.0의 생산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완전차 기업의 반도체 자체개발이 국내 파운드리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의 경우 기술 요구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사용 조건 등이 상당히 까다로운 만큼 산업용 반도체 제조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는 일본 르네사스와 네덜란드 NXP 등 소수의 기업에서만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파운드리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삼성전자 등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나선다면, 차량용 반도체 전문 제작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통해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