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OTT키즈들은 영화관에 '어떤 영화'를 보러 갈까?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1-10-17 14:32 수정일 2021-10-18 12:00 발행일 2021-10-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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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기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시대는 과연 지난 것일까. 얼마 전 ‘토이스토리 4’를 네이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다시 봤다.

그러고 보니 딸아이는 극장에 가 본 적이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그 나이대에 영화관에 출입하기란 쉽지 않을 일이다. 그와 다르게 아들은 어려서부터 극장에 가 본 경험이 제법 있다. ‘미니언즈’를 처음 본 곳도 영화관이고 초등학교 친구들과 ‘트랜스포머’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함께 본 ‘귀멸의 칼날’은 지금도 주인공 탄지로가 더 멋있는지 염주인 코쥬로가 멋있는지 토론하곤 한다.

주말 내내 안방 TV로 ‘토이스토리’에 빠져 있는 딸을 보며 대세가 된 OTT와 극장에서의 추억이 교차됐다. ‘영화=극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시대의 아이들은 더 다양한 장르와 배우, 작품들을 접할 것이다. 지구 반대편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너무도 쉽게 우리는 대만에서 히트한 드라마와 이탈리아에서 속편이 확정된 로맨틱 코미디를 리모컨 하나로 선택해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그래비티’의 재개봉은 눈에 띄는 행보다. 관객들은 메가박스 돌비시네마로 재개봉된 ‘그래비티’와 3년 전 용산CGV 아이맥스 재개봉했을 때의 사운드와 화질을 비교하는 글과 영상들을 발빠르게 올리고 있다.

얼마전 만난 임권택 감독은 “코로나가 끝나고 극장에 사람이 올까”라는 한 취재진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평생 102편의 영화를 찍은 그는 “시대는 변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을 찾는 인간의 기본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극장에서 위안을 받고 재미를 얻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지금은 그 경계를 넘나들 수 없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괴상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끝나면 다들 찾아올 거라 확신한다”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