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에 발목잡힌 이재용···지배구조 개선 카드 꺼낼까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10-12 16:04 수정일 2022-05-25 05:28 발행일 2021-10-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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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6일 만에 또 법정에<YONHAP NO-228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삼성의 경영 시계가 다시 한 번 흐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로운 혐의로 첫 공판에 들어가면서, 실질적인 경영복귀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과 조직개편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프로포폴(향정신성의약품) 불법 투약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이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검찰이 당초 이 부회장에게 5000만원의 벌금형을 약식 기소했지만, 추후 공소장 변경 신청을 위해 정식 공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날 열리는 공판은 정식 재판으로 이 부회장이 출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도 기일변경을 통해 공판을 연기한 바 있다.

별도의 혐의가 적용된 재판이 새로 시작되면서, 이 부회장 가석방 이후 삼성의 ‘사법리스크’도 다시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12일에 이어 오는 14일에도 삼성물산 합병 관련 공판에 참석한다. 주에 2회 가량은 형사 재판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법무부가 취업제한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영진 회의 역시, 차후 공판 등으로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프로포폴 공판의 경우, 삼성물산 관련 공판만큼 재판 일정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다수 평가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인사개편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외부 용역 결과 발표가 조만간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연간보고서에서 외부 컨설팅 용역 결과를 검토해 삼성의 지배구조 관련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 용역을 맡긴 상태다. 하반기 중에는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주사 설립 여부와 의사 결정기구 구성에 관한 내부 검토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역시 BCG 용역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복귀 시점과 형태를 결정하고,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달 이 부회장이 참석한 일자리 회동처럼,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경영 행보에 대한 부담이 한 층 덜할 것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시점과 맞물려, 대대적인 그룹 내 인사 개편도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 시점도 예년보다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일반적으로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사장단 인사를 진행하고, 이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소규모로 진행됐던 임원 교체도 그 규모를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달 인사평가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 평가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이전보다 인사 개편 시기가 더울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박한 지배구조 개편 등을 앞두고 인적 쇄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인사 단행으로 경영 복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