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테크·얌체족' 리셀의 두 얼굴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1-10-06 14:09 수정일 2022-05-24 16:03 발행일 2021-10-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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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복권보다 현실적으로 럭키드로우 응모하는 게 낫지.”

무작위 추첨으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할 수 있는 드로우 이벤트에 매주 응모하는 한 직장인 친구의 말이다. 그는 스니커즈에 큰 관심이 있지도 않다. 구매 기회만 주어진다면 곧바로 되팔 목적으로 매주 응모하는 것이다.

상품에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리셀이 소비문화를 넘어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셀테크(리셀+재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SNS상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의 ‘리셀테크’ 언급량은 2018년 1만5247건에서 2019년 1만9773건, 2020년 2만1802건으로 급증했다.

스니커즈와 명품 시장에서 이 같은 리셀테크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대규모 플랫폼 기업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며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시장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또 다른 시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리셀 시장 자체가 주목받으면서 생겨나는 부작용도 있다. 최근 캠핑에 푹 빠진 A씨는 정가와 비슷한 금액을 주고 리셀 텐트를 구매하려다 두 번이나 사기를 당했다.

수요가 높아졌다 싶으면 품목 가리지 않고 물건을 쟁여두는 일부 리셀러들 탓에 시장 가격에 거품이 생기고, 이 거품이 결국 중고거래 시장에서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리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나의 놀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얌체 같은 되팔이 행위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선 높은 성장세뿐 아니라 부작용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