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날의 검' 카카오 규제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9-30 14:13 수정일 2021-09-30 14:15 발행일 2021-10-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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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전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총 456억원의 상금을 두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렸다. 인간을 믿지 못하는 재벌이 만든 게임에 금전적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약자들이 참여해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공격한다.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게임을 멈출 수 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게임 진행에 동의한다.

최근 카카오 규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이 오징어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전날 여의도에서는 택시·대리운전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카카오의 택시 호출시장 독점에 따른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가 지난 14일 발표한 ‘골목상권 상생안’의 내용이 돈 되는 업종에서는 철수하지 않겠다는 면피용이라는 비판이다.

반면,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카오를 죽이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잘 성장하던 주식이 실적과는 무관하게 정치인들과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 마디에 꺾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때 주당 17만원을 웃돌던 카카오는 11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소상공인과 개미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는 모습이다. 국민청원 게시글의 “골목권 상인들만 국민이 아니고 한 푼 두 푼 모아 카카오 등에 투자하던 400만 주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글귀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카카오그룹 앞에서 소상공인도, 개미도 서로 약자일 뿐이다.

오징어게임의 감독은 상금 ‘456억원’이 중간 어딘가를 찾다 나온 숫자라고 설명했다. 폭풍이 지나가고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부디 피해를 덜 입은 소상공인과 개미의 ‘456’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