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정체된 韓 미술시장, 물납제 등 제도적 지원 필요"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1-09-30 06:00 수정일 2021-09-30 09:17 발행일 2021-09-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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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글로벌 미술시장 및 주요 산업 규모. (자료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국내 미술산업의 발전을 위해 물납제 등 제도적 지원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글로벌 미술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소프트파워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술시장이 지난 10년간 성장 정체 상태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이미 선진국형 산업으로 발전해 2019년 기준 644억달러(약 74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문화예술 산업의 부가가치계수는 0.827로 서비스업(0.815), 일반 제조업(0.568)보다 높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은 10년간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는 것이 전경련의 평가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경우 2009년 395억달러에서 2019년 644억달러 규모로 10년간 63% 성장한 반면,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 10년간 1.6% 성장에 그쳤다.

거래시장의 경쟁력 역시 세계 15위 수준이다.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세계 순수미술(골동품 등 제외) 경매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미국은 46억1400만달러, 중국은 41억 200만달러, 영국은 21억700만달러다. 한국과 미국, 중국 시장의 격차는 각각 약 84배, 74배에 달한다.

전경련은 국내 미술시장의 산업적 발전이 부진한 이유로 미술산업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약 20만점,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6만60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한 것과 달리 국내 국립현대미술관은 약 8500점, 서울시립미술관 약 5000점에 그치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의 브랜드 경쟁력도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연간 경매판매액 기준 1000대 작가 중 중국(395명), 미국(165명) 대비 한국은 21명의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제도를 통해 기부와 예술 향유문화가 일찍이 발전하면서 미술시장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상태다. 1960년대부터 프랑스, 영국 등이 도입한 ‘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 등을 미술작품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고(故) 이건희 회장의 막대한 컬렉션이 주목받으며 미술계를 중심으로 물납제 도입 논의가 이어졌으나 결국 불발됐다.

중국과 홍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미술산업 육성정책 덕분에 세계 미술산업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2013년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을 유치하며 세계 미술시장 거점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전경련은 “미술품 물납제 등 산업 성장을 촉진할 제도적 기반과 세계적 아트페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의 산업 육성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작년 홍콩 민주화시위와 코로나로 ‘아트바젤 홍콩’이 취소되면서 아트바젤이 포스트 홍콩으로 부산을 검토하는 등 국내 미술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과 기회가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지금 세계를 선도하는 K팝처럼 한국의 미술시장이 ‘K-Art Market’의 명성을 얻으려면 현재의 관심과 기회를 적극 살릴 수 있도록 미술 선진국처럼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제도적 지원과 산업 육성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