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스타PD 김태호, FA선언에 방송가 술렁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09-09 18:30 수정일 2021-09-09 18:30 발행일 2021-09-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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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Tallk] MBC 떠나는 김태호PD… 예능계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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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 (사진제공=MBC)
MBC ‘무한도전’ ‘놀면뭐하니’ 연출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김태호(46) MBC PD가 FA를 선언했다. MBC는 7일 김태호PD가 최근 사측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PD는 12월까지 MBC에 머물며 ‘놀면 뭐하니’ 연출에 참여한다. 김PD 퇴사 후에는 함께 일했던 후배 PD들이 프로그램을 끌어나간다.
김태호PD는 CJ ENM의 나영석PD와 더불어 양대 스타PD로 꼽힌다. 그가 연출한 ‘무한도전’은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예능의 금자탑을 쌓았다. ‘무한도전’은 대본과 고정된 소수의 카메라에 의존하던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각본 없는 상황’을 만들고 각 멤버 당 1대의 카메라를 배치해 다양한 표정을 잡아냈다. 이를 재치있는 자막으로 표현하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기틀을 바꿔놓았다. 
전성기 ‘무한도전’은 지금으로 따지면 예능계의 방탄소년단 같은 존재였다. 숱한 아류작이 쏟아졌지만 13년 동안 주말저녁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진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뿐이다. 한국 예능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연출자 김태호PD의 일거수일투족에 언론의 시선이 쏠리기 일쑤였다. MBC가 두 차례에 걸쳐 파업을 했을 때 주요 연예매체의 헤드라인은 ‘무한도전 멈춘다’였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고 CJ ENM으로 지상파 주요PD들이 이적했을 때도 김태호PD의 행보가 가장 큰 이슈였다. 그를 잡기 위해 유력매체와 대기업이 백지수표를 제시했다는 기사가 포털사이트를 장식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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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김태호PD는 MBC에 남았다. 2018년 ‘무한도전’ 종영 뒤 1년간 해외 연수를 거쳐 2019년 ‘같이 펀딩’과 ‘놀면뭐하니’로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같이 펀딩’은 시즌1을 마치고 종영했지만 ‘놀면뭐하니’는 유재석의 ‘부캐릭터’라는 세계관을 내세우며 예능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과 혼성그룹 싹쓰리,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인기는 CD와 다양한 굿즈 제작으로 이어지며 방송사의 자산으로 남았다. 이대로 20년이 지나면 ‘MBC 사장은 김태호’라는 농담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자신만의 브랜드 개척에 나선다. 김PD는 자신의 SNS에 “비록 무모한 불나방으로 끝날지언정,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었다. 더 이상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PD의 이적설은 올 초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를 기획할 무렵부터 전해졌다. 
방송가는 김PD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태호PD는 자신의 SNS에 “당장 내년부터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적었지만 자신만의 제작사를 설립하는 독자노선이 유력해 보인다. 
MBC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태호PD가 퇴사 후 최근 대형 IT기업의 투자를 받은 유력 방송인과 제작사를 차린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실상 김태호PD가 제작사를 차린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회사가 투자에 달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문에 언급된 기업은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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