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산장애 증권사, 엄벌이 필요하다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8-12 14:05 수정일 2021-08-12 14:06 발행일 2021-08-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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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모 종목은 거래 첫 날부터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먹통 사고가 발생한 것.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첫 시도에 거래에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계좌가 없다는 황당한 안내문이 뜨는 고객도 있었다.

먹통 사고는 어느새 흔한 일로 여겨진다. 거래 첫 날은 물론이고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도 먹통 사고가 빈번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증권사들의 전산장애는 8건 발생했고, 관련 민원 접수 건수는 254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193건)를 넘어섰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MTS 오류로 투자자들에게 배상한 금액은 91억3853만원으로 전년 대비 843.5% 급증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태도다. 먹통 사고가 발생한 증권사들은 ‘접속자가 몰려 거래가 늦어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먹통으로 문의 전화가 폭주하자 받지 않는 증권사도 있다. 서버를 늘린 증권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일부일 뿐이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전산장애 시 지침에 대해 안내했다. 증권사의 개선 속도가 늦어지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인 것.

하반기에 국내 증시에는 카카오페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조(兆) 단위 대어들의 상장이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야놀자 등도 이르면 연내 국내 증시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다. 대어급 상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증권사 전산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면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주식거래의 기본은 신뢰가 아니었나.

수수료 비즈니스를 하려면 전산 인프라가 사실상 완전무결해야 한다. 증권사들이 지금 누구 덕분에 초호황기를 누리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안일함과 일탈을 더욱 강력하게 행정조치해야 한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