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소 집단 피부질환, 정부 책임은 없나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1-08-11 12:36 수정일 2021-08-11 13:34 발행일 2021-0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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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경중을 따지지 않고 예상치 못한 화학재난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다.

이달초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등은 지난해 9월부터 발생한 현대중공업 도장작업자 집단 피부질환과 관련해 무용제 도료에 포함된 과민성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임시건강진단을 통해 현대계열 조선 3사에서 피부질환자가 다수 발생한 것을 파악했는데, 그 유력한 원인이 바로 과민성 물질에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드러난 이후 노동부가 안전보건조치를 하고, 환경부는 노동부와 더불어 10대 조선사에 서한문을 보내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 대처에 나섰다는 점은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한다. 다만 인체에 영향을 주는 도료 물질이 개발·사용됐음에도 이를 사전에 위험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이 부족했던 점은 톺아봐야 할 문제다.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해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던 가습기 살균제 재난의 비극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한다.

관계부처는 조선소 집단 피부질환과 관련해 사전에 위험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을 자인했다. 그 판단은 적절해 보이나 대안이 빈약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제조사·조선사는 무용제 도료를 개발하면서 새로 함유된 화학물질의 피부 과민성 문제를 간과했다거나 사용과정에서 피부 과민성에 대한 유해성 교육이나 적정 보호구의 지급도 적시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 등 전적으로 제조사·조선사에 책임을 돌리는 듯 한 태도도 못내 아쉽다.

이번 집단 피부질환 관련해 보다 책임 있는 관계부처의 모습은 위험성 검토가 부족했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더불어 대안이 될 시스템 만들어나가는 노력 아니었을까.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