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IT인력 수혈 힘든 이유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1-08-02 14:18 수정일 2022-04-04 14:41 발행일 2021-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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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박성민 금융증권부 기자

“거액의 연봉 제안이 오더라도 금융권으로의 이직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IT업계 7년차 개발직으로 근무중인 한 지인의 행복한 고민(?)이다.

최근 은행·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IT전문가 영입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지만, 막상 해당분야 전문직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IT직 종사자들은 특성상 근무형태의 자유도가 높고 그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커리어를 쌓는 걸 좋아한다. IT에서 경력을 쌓다가 스타트업으로 이동해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나, 임원직을 노리는 게 가성비가 좋다”는 지인의 설명이다.

‘메타버스’가 부상하고 비대면 거래와 디지털 금융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IT 전문인력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일선의 IT 경력자들은 금융권의 ‘콜’에 쉽게 응하지 않고 있어 금융권도 애를 태우고 있다. 지인의 얘기를 더해본다.

“IT인력들을 금융사 본사가 아닌 자회사에 입사시키는 방식으로 인력을 채용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측면이 크다. 본사 직원들과 급여 등 처우 차이뿐만 아니라, ‘갑을’관계도 형성되고 있다” IT업계는 가뜩이나 갑을관계에 민감한데, 업종을 변경해도 이 관계가 형성된다면 금융권 IT직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정말 IT 신기술 도입과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지 의구심도 바탕에 깔려 있다. 그나마 인터넷은행들이 기존 연봉 1.5배를 제안하는가 하면 수 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게 눈길을 끄는 당근이라고 지인은 말한다. 금융권에서 IT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면 먼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박성민 금융증권부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