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층간소음 갈등 해결한 수박 한 통의 지혜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21-07-12 14:07 수정일 2021-07-12 14:11 발행일 2021-07-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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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매일 밤 천장에서 ‘쿵쿵 쾅쾅’ 소리가 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반대로 잠을 자고 있는데도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잇따른 민원이 들어온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층간소음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 소음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상담 접수건수는 4만2250건으로, 전년대비 61% 증가했다.

층간소음 문제는 작은 갈등에서 그치기도 하지만 폭력이나 살인 등 강력 범죄로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층간소음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 중엔 “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지 알겠다”는 말까지 한다. 왜 이렇게 일이 커지는 걸까.

층간소음 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편안한 안식처인 나의 집에서, 매일 저 같은 고통에 시달린다면, 그 스트레스는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감정이 커지면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심지어 빈집에 층간소음 민원신청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지만 해결보다 갈등만 더 커지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가 나름 문제 해결을 위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간혹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층간소음 측정하는 것조차 힘들다. 건설사들도 최근 제각각의 기술력으로 소음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비용이나 정책 문제 등에 부딪혀 100% 소음을 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장 해결할 수 방법은 없는 걸까.

감정이 극해졌던 층간소음을 원만히 해결했다는 한 건설업계 직원이 귀뜸했다. “수박 한 통 사 갖고 가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채현주 건설부동산부 차장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