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팡'이 남긴 것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1-07-08 13:59 수정일 2021-07-08 14:00 발행일 2021-07-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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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기점으로 쿠팡을 탈퇴하겠다는 ‘탈팡’ 움직임이 본격화 됐다.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소비자들도 많았다. 데이터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17일 이후 쿠팡 애플리케이션의 주간이용자 수는 안드로이드 기준 1390만명(6월14~20일)에서 1319만명(6월21~27일)으로 약 71만명 가량 줄었다.

화재사고에 대한 안일한 대처와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실망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이 주는 편안함을 마다하고 쿠팡 불매를 택했다. 이러한 소비자 운동은 유통기업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긴다.

쿠팡은 소비자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기업이다. 밤 늦게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유료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무제한 무료배송과 반품 등 혁신이라고 말하는 모든 서비스의 중심에는 소비자의 편의성 극대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은 편리한 서비스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생존을 위해 배송전쟁을 벌이고 있는 유통기업들이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비대면 소비가 부상하며 최근 유통기업들은 배송시간 단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젠 익일배송도 느리게 느껴질 정도다. 1시간 내에 배송하는 ‘퀵커머스’까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더 빠른 배송을 위해 배송대행업체를 인수하기도 하고, 온라인 배송에 최적화된 풀필먼트와 저온 유통체계인 콜드체인 등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 붓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혁신기술 도입에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은 기업은 볼 수 없다. 안전을 외면한 채 속도경쟁만 벌인다면 이번 ‘탈팡’과 같은 사례가 또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되풀이 될 수 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