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경문제 만큼은 과해도 괜찮다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1-07-01 14:02 수정일 2021-07-01 14:04 발행일 2021-0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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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1일 환경부에서는 국민들의 귀를 쫑긋 기울이게 만들 법 한 내용이 발표됐다. ‘다이옥신 등 잔류성유기오염물질 23종 지속 감소 추세’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였다.

자료에는 지난 2008년부터 11년간 대기, 수질, 토양, 퇴적물 내에 존재하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측정(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료의 제목과 부제를 보고 있자면 국내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 23종 모두가 획기적으로 줄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알드린 등 농약류 대부분은 극미량 또는 불검출로 나타났고, 다이옥신(퓨란) 등 산업공정 부산물질 매년 감소 추세였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의 전체적 감소 추세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의 조사와 문제해결에 임한 환경당국의 적극적 노력이 담겨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로부터 완전 괜찮아!”라는 확신을 갖기에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다. 자료를 좀 더 뜯어보면 미세한 부분에서 특이사항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197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디디티를 들 수 있다. 지난 2008년 4.496 ng/g이었던 토양 내 디디티 농도는 2012년 0.46 ng/g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지난 2016년과 2018년에는 0.678 ng/g, 1.705 ng/g 다소 증가한 것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이 같은 ‘특이사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키기에는 못내 부족함이 있어 보였다. ‘다이옥신 등 잔류성유기오염물질 23종 지속 감소 추세’라는 긍정의 타이틀이 오버랩 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가습기살균제 사건, 불산 누출 등으로 인한 끔찍한 환경재앙을 경험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그런 일들은 “괜찮을 거야”라는 방심이 부른 참사였다.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당국에서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조사결과에 대한 막연한 긍정보다는, 과할정도의 의심과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철저한 분석,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냉정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곽진성 정치경제부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