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릭 시사] 회사후소(繪事後素)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1-05-24 14:21 수정일 2021-05-30 19:52 발행일 2021-05-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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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하얗게 한 다음에 그림을 그린다는 뜻의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다. 바탕 혹은 기본을 먼저 갖춘 다음에 일을 도모하라는 의미다. ‘본질’이 있은 연후에 ‘꾸밈’이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자 소(素)는 원래 ‘흰빛’이라는 뜻이다. 생사(生絲)로 짠 명주의 물들이지 않은 본래 빛깔을 칭한다. 여기서는 ‘바탕’이나 ‘근본’의 뜻으로 쓰였다.

이 말은 ‘논어(論語)’ 팔일(八佾)편에 나온다. 공자가 가장 아끼던 열 명의 제자 ‘공문십철(孔門十哲)’ 중 한 명이던 자하(子夏)가 스승에게 예의 근본을 묻자 공자가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다음이다”라고 답한 데서 유래했다. 공자는 밖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예(禮) 보다는 그 예의 본질인 인(仁)의 마음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한 것이다. 올바른 바탕을 갖추지 않고 겉모습만 꾸미려 들다가는 결국 얼마 못 가 추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였다.

공자는 평생을 제자들에게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의 오상(五常)을 유교적 덕목으로 가르쳤다. 하지만 언제나 그 가운데 가장 으뜸되는 덕목은 인(仁)이라고 강조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