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려되는 백신의 정치화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1-04-07 11:07 수정일 2021-06-02 23:15 발행일 2021-04-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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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한국갤럽은 지난 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 제조사별 백신 신뢰도’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백신 신뢰도는 개발사별로 화이자 68%, 모더나 49%, 아스트라제네카(AZ) 42%였다.

특이한 점은 정치 성향별로 백신 신뢰도가 달랐고 특히 AZ 백신에 대한 신뢰도 편차가 컸다. AZ 백신 신뢰도는 정치 성향 진보층에서는 57%였지만 중도·보수층에서는 40% 내외를 기록했다. 화이자·모더나의 7%포인트 차이보다 훨씬 컸다.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 중 AZ 백신 신뢰도는 69%였지만 부정 평가자의 신뢰도는 30%에 그쳤다.

정치 성향별 백신 신뢰도 편차는 접종 의향에서도 이어졌다.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의 접종 의향은 84%이지만 부정 평가자 의향은 66%에 그쳤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효과와 안전성은 종류별로 다소 차이가 있어도 충분히 입증됐다고 강조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1분기 접종 대상자에서 1회 접종 후 14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확인한 백신 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94.1%, 화이자 백신이 100%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의·과학의 영역인 코로나19 백신이 무슨 기호품도 아닌 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필자가 보기엔 백신이 지나치게 정치·정쟁화가 됐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은 백신 도입과 물량, 접종 시기를 놓고 대통령을 지나치게 공격하고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예로 대통령에게 먼저 백신 맞으라 주장하고 접종 후 국민보다 먼저 맞은 것은 문제 아니냐는 식의 공격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도 이 같은 백신 정치화에 한 몫했다고 지적한다. 정치인들의 언사야 그렇다 쳐도 언론이 검증해주고 백신에 대한 정확하고 정제된 정보를 제공했다면 백신의 정치화는 훨씬 덜했을 것이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