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주인' 찾는 중형조선사, '정상화'는 언제쯤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21-01-31 16:31 수정일 2021-06-01 10:34 발행일 2021-02-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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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국내 중형조선사의 ‘맏형’격인 STX조선해양이 지난 27일 KHI인베스트먼트-유암코(연합자산관리) 컨소시엄과 25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말 이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두 달 만이다.

성동조선을 시작으로 한진중공업,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등 국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중형조선사들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새 주인을 찾았다는 것이 이들 조선소들의 구조조정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2018년 8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은 네 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 끝에 2019년 12월 HSG중공업에 인수되며 가장 먼저 새 주인을 찾았다.

HSG중공업은 무급휴직 직원 전원을 고용승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노동자들이 전원 일터로 복귀하는 데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3년째 무급휴직을 이어오고 있는 STX조선해양도 새 주인을 찾았지만, 언제 휴직을 끝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말 동일철강에 인수된 대선조선은 수주 급감에 따른 현금 부족으로 인해 임직원들이 임금을 자진 반납하고 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진중공업의 경우 부동산 개발이 목적이라는 지역사회의 우려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은 연말 ‘수주 몰아치기’에 힘입어 중국에게 수주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물량 대부분이 대형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LNG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에 쏠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형 조선사들이 지난해 확보한 일감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와 이에 따른 노후선 교체의 필요성은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탱커는 석유 수요 부진의 여파로 여전히 일감 부족 사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중형 조선사를 품에 안은 새 주인들의 ‘생존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