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래차 속도전, 바닥 다지기가 우선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1-01-27 14:02 수정일 2021-01-27 14:03 발행일 2021-0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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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산업IT부 기자

요즘 산업계의 핫 테마는 미래차 분야다. 전기차 시장의 선구자라는 ‘팬덤’을 안고 승승장구하는 테슬라부터, 현대차와 자율주행차 밀월설을 풍기고 있는 애플, 차세대 성장동력을 미래차 부품으로 점 찍은 LG전자,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도요타까지 여기저기서 미래차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래차 키워드는 피부로 와 닿기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큰손인 미국과 유럽, 중국이 내연기관차 퇴출에 속도를 내면서 미래차는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다. 노르웨이는 4년 뒤인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멸종시키겠다는 극단적인 선언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에 완성차 업체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전 세계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마당에 전동화 전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자는 내연기관차가 상업화 된 지 120년 만에 시장 재편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모든 상황의 이면에는 부작용이 있는 법. 수많은 중소 부품 업체들이 급격한 변화에 휘말려 폐업 위기까지 내몰리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품업체 10곳 중 6곳은 미래차 전환을 준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는 정부의 전략적 방향성을 일러준다. 기존의 것을 일방적으로 배제하기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구체적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의 밑거름인 부품 업체들이 고사된다면, 미래차 속도전도 뜬구름 잡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