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후위기 대응 정말, ‘내일은 늦으리’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0-12-02 14:33 수정일 2021-06-02 23:19 발행일 2020-12-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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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지금부터 약 30년 전에 ‘내일은 늦으리’란 환경보전 캠페인이 한창 벌어졌다. 같은 이름으로 당대 유명 가수들이 공연·음반을 통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천을 호소했다. 당시 ‘내일은 늦다’고 했는데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 환경은 어떤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한반도에서도 몇 년 전부터 부쩍 심해진 기상 이변을 마주하고 있다. 올해 만해도 최장의 장마가 있었고 지난 겨울은 정말 우울하게 ‘눈 없는’ 겨울을 보냈다. 2년 전에는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어야 했다.

호주와 미국에서는 몇 달 간 이어진 산불이 발생했다. 북극의 빙하 녹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소식은 벌써 오래 전이다. 녹아내린 남극의 빙하가 한반도 주변의 대기 온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결과를 보면 30년 동안 우리는 ‘내일은 늦는다’는 호소에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세계는 파리협정 등을 통해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너무 부족하거나 늦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부족한 대책은 보완·수정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와 인식, 실천 노력이 아닐까 한다. 우리 사회는 오늘의 ‘폭염’은 걱정하지만 며칠 뒤의 ‘지구 재난’은 덜 걱정하는 게 아닐까. 일각에서는 여전히 너무 과도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그린 산업은 생태계뿐 아니라 산업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산업 선진국은 이미 ‘그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뒤쳐지면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마침 국회에서도 ‘기후위기대응법’ 제정안이 발의됐다고 하니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대응에 힘과 머리를 모으면 좋겠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