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임원들의 '코로나 일탈'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10-29 14:46 수정일 2020-10-29 15:14 발행일 2020-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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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유혜진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안이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 너무 쉽게 여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나한테는 안 오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있는 것 같다. 착각이다.

얼마 전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부행장을 포함한 우리은행 임원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서울 어느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 갔다가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저녁 모임을 했다. 그새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공부를 하던 KB국민은행 본부장도 전염됐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까지 고생해야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검사 받았다. 음성이 나오긴 했지만 권 행장은 은행연합회 이사회에 못 갔다. 허인 국민은행장도 연합회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확진된 임원과 다른 건물해서 근무하기 때문에 검사 받지는 않았다. 확진자와 접촉했던 나머지 임직원도 휴가 내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임원이 코로나19 전파자로 찍혔다. 은행 안팎에서 비난이 거세다. 시민들은 “직원이 걸리면 회사 전체에 지장 줄까봐 죄인 취급하면서 임원이 저녁 모임하며 나다니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임원이 코로나19 걸렸다고 비상은 무슨, 직원들 업무 효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은행들은 지난달 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다”며 영업 시간을 1시간씩 줄였다. 이번에 확진자가 나온 본점은 또 문을 닫고 방역했다. 이럴 때마다 고객만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코로나19, 안심하긴 이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