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코로나 때문에 실직했어요”…정부 재난지원금 은행 신청 첫날 애끊는 사연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20-05-18 15:23 수정일 2020-05-18 15:41 발행일 2020-05-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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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재난지원금(이은혜)
서울 서대문구 소재 우리은행 독립문지점의 한 직원이 은행에 찾아온 고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컴퓨터로 긴급재난지원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이은혜 기자)

“소상공인 대출보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문의가 훨씬 많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이미 다 받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 분들은 이전부터 직접 찾아와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도 그런 분들이 대다수다.”

18일 오후 우리은행 독립문지점의 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SC제일·기업·수협·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은행 등 14개 은행 6500여개 영업점은 이날부터 신용·체크카드를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이른바 2차 ‘코로나 대출’ 오프라인 사전 접수도 같은 날 시작돼 혼잡을 예고했다.

막상 긴급재난지원·코로나대출 접수가 시작된 첫날, 은행 영업점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코로나대출은 1차에서 어느 정도 소화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우리은행 독립문지점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고객 안내 업무를 맡는 직원은 “영업을 시작한 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려는 40~50명 정도의 고객이 지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은행 지점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 신청이 익숙하지 않은 50~60대 고령층이 많았다.

60대 김 모씨는 “휴대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설명을 들어도 어려워 은행에 직접 왔다”고 말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은행 영업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모여든 고객들로 북적였다.

경기도 구리시의 한 농협은행 영업점에는 오전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고객들로 붐볐다.

창구에서 만난 은행 직원은 “은행 오프라인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신청 절차와 필요 서류 등을 묻는 전화가 꾸준히 왔다”며 “평소보다 2배 수준 가량으로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수령 날짜를 착각해 되돌아가는 발길도 꽤 있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센터를 찾은 안모(70)씨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러 급한 마음에 은행에 왔는데, 오늘 해당 요일이 아니라고 해서 돌아가던 길”이라고 말했다.

은행 영업점에서는 창구 혼잡 방지를 위해 신청 첫 주(18~22일) 5부제를 적용한다. 세대주의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이면 화요일, 3·8은 수요일, 4·9는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방문해야 한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