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격전지를 가다] 서울 양천갑…‘토박이’ 현역 황희 vs ‘高스펙’ 신인 송한섭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4-12 01:12 수정일 2020-04-12 15:16 발행일 2020-04-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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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염창역 4번 출구 앞 선거 포스터. (사진=이정윤 기자)

코로나19 정국에서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브릿지경제 총선TF팀에서 제21대 총선 접전 지역을 취재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 여덟번째 지역은 서울 양천갑이다. 이 지역은 황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송한섭 미래통합당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 서남부에 위치한 양천갑은 중산층과 고소득 주민 비중이 높아 교육열도 강남 못지않다. 이 때문에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집값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지역적 특색으로 강남, 서초, 송파에 이어 양천갑이 속한 목동까지 포함해 ‘강남 4구’ 혹은 ‘강남벨트’로 묶기도 한다.

뚜렷한 지역 특색 덕에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강점도 이에 특화돼 있다. 현재 지역 의원인 황희 후보는 목동 아파트 재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시공학박사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송한섭 후보는 의사(서울대 의대)와 검사(사법연수원 39기)를 모두 경험한 ‘의사출신 검사’라는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했다.

브릿지경제 총선TF팀이 후보의 지역 선거유세에 동행해 격전의 현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현역 프리미엄’으로 진보 굳히기냐, 목동 보수 텃밭 ‘탈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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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양천갑 일대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송한섭 미래통합당 후보의 모습. (사진=이정윤·표진수 기자)

양천갑은 중산층, 고소득층 위주의 인구구성과 높은 교육열·집값 등으로 인해 ‘보수의 텃밭’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 1992년 제14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6번 연속 보수 정당 후보가 이 지역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보수의 아성이 무너졌다. 28년 만에 처음으로 황희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당계 정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황 후보는 이번 선거 슬로건을 ‘양천 토박이’, ‘1(일) 잘하는 황희’로 잡아 현역 지역 의원의 강점을 드러내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염창역에서 시민들에게 출근길 인사를 하는 황 의원은 기자와 만나 “양천갑은 전에는 주로 논밭이 있었고 이후에는 중산층이 사는 아파트로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또 바꿔야 하는 시기가 왔다”면서 “그러려면 도시를 개발·재생할 때 그 도시에 대한 문화나 역사를 다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이 지역에 온지가 44년이 됐다. 전체적으로 이 도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잘 이해하고 있고, 도시공학박사다”라면서 “현정부와 도시재생, 스마트시티를 함께 주관하고 있고 지난 4년간 추진해온 것도 있다. 현재 이것을 행정적으로 처리하려면 정부·여당·서울시의 협력을 강력하게 견인해야 하는데 저는 이 모두를 수렴할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치 신인인 송 후보는 ‘미래를 위한 선택, 양천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는 “왜곡된 공정과 정의가 만연한 정치 현실에 큰 실망감을 가졌다”며 “검사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쓴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을 ‘사법부의 하나회’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감옥, 겁박하는 부동산 정책, 정의롭지 못한 교육 등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저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분노했다”며 “이 과정에서 저는 의사로서, 검사로서의 그간 경험이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데 미약하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겨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상대방의 강점을 ‘풍부한 정치경력’과 ‘화려한 스펙’으로 꼽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 부분을 양면의 동전과 같다고 지적했다. 송 후보는 “황 후보의 정치경력이 풍부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산적해 있는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저는 의사 출신 검사로서 20년간 가짜 식물인간 행세를 했던 범죄자를 일으켜 세운 능력과 전문성을 보인 바 있다. 정치신인으로 젊음과 패기에 전문성을 더해 양천갑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황 후보는 “송 후보는 스펙이 좋다. 우리 지역은 교육열이 높으니까 ‘우리아이도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하는 그런 바람이 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는 스펙보다는 ‘브랜드 시대’라고 생각한다. 스펙보다는 한가지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코딩·로봇’ 미래교육 설계 vs ‘사교육 강화’ 특목고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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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8일 오목교에 위치한 목동 학원가 (사진=표진수 기자)

‘제2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목동은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여러 정책 가운데에서도 교육 정책이 큰 쟁점이다. 시민들도 교육 정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목동 학원가가 몰려있는 오목교역 근처에서 만난 주부는 “정시확대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여기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내신 준비하기가 힘들다”면서 “1점 차이로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부는 자립형 사립고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부모들의 교육열 때문에 이쪽으로 집을 옮기려고 할 것 같아 집값이 오를까 하는 기대가 있다”면서도 “교육 측면에서는 강남구로 학생들이 몰리게 되면서 지금도 치열한 입시경쟁에 지역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지역의 분위기를 파악한 송 후보는 △정시 확대 △특목고 유치 및 자사고 폐지 정책 반대 △목3동 미니초등학교 신설 등 교육 공약을 세웠다. 특히, 조국 사태로 드러난 불공정한 입시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정시 확대를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황 후보는 △안전한 통학환경 조성 △학교시설환경 개선 △4차 산업혁명 미래교육 설계 △정시비율 추가 확대 등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추진 등 크게 4가지 교육 정책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미래교육 설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황 후보는 “중국은 이미 초·중·고 정규교과에 AI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미래교육에 집중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도 아이들의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또한 미래교육센터 개소, 코딩·로봇·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미래교육도 실시 중”이라면서 “이외에도 목동 유수지 혁신성장밸리 조성을 통해 미래교육과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윤·표진수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