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타이탄>괴짜들의 우주 도전기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10-02 08:00 수정일 2020-05-29 11:51 발행일 2019-10-01 99면
인쇄아이콘
KakaoTalk_20191001_113133135

‘우주’를 꿈꾸는 천재와 괴짜들의 도전기… “꿈 꿔라. 그러면 실현될 것이다”< 총평 >

워싱턴 포스트의 민완기자 크리스천 데이븐포트가 쓴 <타이탄>은 이 시대 우주에 도전장을 내민 ‘무모한 도전자’들의 이야기다. 우주비행이 가져오는 ‘공포’를 ‘희망’으로 바꿔 한 발짝 씩 우주 탐험(혹은 우주정복)을 향해 앞다퉈 도전하는 ‘우주 기업가’ 들의 꿈과 희망을 담았다. 대표적 우주기업가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와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의 흥미진진한 십 수년 혈투는 물론 리처드 브랜슨이나 폴 앨런 같은 새로운 도전자들의 이야기도 이채롭다. 우주가 정복의 대상인지, 개발의 대상인지 생각케 하는 책이다. 더불어 이 책에는 우주 만큼이나 ‘지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깊은 메시지도 담겨 있다.

< 베껴두면 도움 될 내용들 > ◇ ‘공포’와 ‘경외’의 우주… 그것에 도전하는 사람들

* 우주기업가(astropreneurs) - 일런 머스크,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 폴 앨런 등 우주사업 분야에 전 재산을 쏟아붓고 있는 기업가들을 이렇게 부른다.

* 공포의 7분 - 화성 포면에 착륙했던 무인 탐사차량 큐리어시티를 실은 착륙선이 화성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화성 표면에 무사히 내려앉기 까지 7분을 말한다. 그 동안 엄청난 마찰음과 지구보다 12배 큰 중력 등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다.

* 우주 여행 시초 시도 팬아메리카항공 - 우주의 매력을 판매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기업이다. 1960년대 팬암, 즉 팬아메리카항공은 아폴로 프로그램이 창출한 엄청난 관심에 편승해 돈을 벌기 위해 달 여행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달에 가고 싶은 대기 승객들의 명단을 만들었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을 걸을 때 이미 신청자가 2만 5000명에 달했다. 1971년 예약 종료 때까지 이 목록에는 레이건 대통령과 월터 크롱카이트 등 9만 명 이상이 올라 있었다.

* 현대 로켓의 아버지 고더드(Goddard) - 1926년 액체 연료 로켓을 최초로 발사한 과학자다. 제작자이자 몽상가였다. 1919년 스미소니언연구소를 통해 발행된 ‘극한 고도에 도달하는 방법’에서 달에 도달할 수 있는 로켓의 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1920년 뉴욕타임스는 ‘맹신에 위한 심각한 왜곡’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고더드의 아이디어를 비꼬기도 했다. 이후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자 뉴욕타임스는 50년 전에 실었던 사설에 대해 사과해야만 했다.

* 익스플로러 클럽(Explorer Club) - 1904년에 창립된 탐험가들의 모임이다. 북국에 처음 도달한 로버트 피어리와 남극 첫 도달자 아문센을 비롯해 찰스 린드버그, 텐징 노르가이 셀파, 에드먼드 힐러리경 등이 회원이다. 매년 뉴욕의 윌도프 에스토리아 호텔에서 ‘검은 나비 넥타이 상’ 시상식을 겸한 연회를 갖는다. 연회에 나오는 요리도 기상천외하다. 지렁이 튀김, 구더기 딸기 샐러드, 전갈 토스트, 황소 성기 구이 등등.

* 희대의 우주 라이벌 ‘토끼 머스크-거북이 베조스’ - 베조스의 우주사업체 블루 오리진은 ‘토끼가 아닌 거북이가 되어라’는 모토를 가졌다. ‘Gradatim Ferociter’이라는 라틴어 표현대로 ‘한 걸음씩 담대하게(Step by step, Ferociously)’라는 주의였다. 둘은 나사의 39A 발사대 인수를 놓고 격돌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가 점찍어 둔 이 시설에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승자는 머스크였다. 이후 머스크는 베조스를 얕잡아 보며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베조스는 패배 후 39A발사대를 여러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민간 우주기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소송전까지 불사했다. 그리고 바다에 빠져 있던 아폴로 11호의 1단계 중앙 엔진을 심해에서 끌어올림으로써 우주 탐사 계획의 정통성을 과시했다.

◇ 화성 탐험에 목숨을 건 사나이, 일런 머스크

* 머스크 “스페이스X는 혼다자동차” - 일런 머스크는 자신의 로켓을 혼다자동차에 비유하는 것 좋아했다. 실용적이고 안정적이며 저렴하다는 뜻이다. 그는 스페이스X를 인공위성처럼 무게가 500kg에 달하는 탑재물을 600만 달러 비용으로 지구 저궤도에 운송할 계획이다.

* 화성 왕복선을 만들려는 머스크 - 화성을 인류 거주지로 만들려는 머스크의 진짜 목표를 추구하려면 팰컨 헤비라는 거대 로켓 필요했다. 머스크는 화성에 착륙했다가 돌아오는 왕복 승차권을 50만 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스페이스 X는 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성공한 최초의 민간회사라는 백 그라운드를 확보했다.

* NASA의 지원을 받게 된 머스크 - 2008년 말 스페이스X는 드래곤 우주선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12차례 화물을 운송하는 1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나사의 신뢰를 드디어 획득한 것이다. 어찌나 기뻤던지 머스크는 자신의 로그인 비밀번호도 아예 ‘ilovenasa’로 바꿔 버렸다.

* NASA의 도움으로 도약한 머스크 - 머스크는 초기 스페이스X에 자기 재산 1억 달러를 투자했었지만 NASA를 통해 40억 달러 이상을 제공받기도 했다. 반면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의 운영자금을 1년에 약 10억 달러 정도 씩 아마존 주식을 팔아 충당했다. 사업 효율성 면에서는 머스크가 한 발 앞선 셈이다.

* 화성 탐험에 목을 건 머스크 - 머스크는 “2022년까지 스페이스X가 회성에 두개의 화물 수송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일정표를 발표했다. 2024년까지는 화성에 4대의 우주선을 더 날려보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 화성을 향하지만 지구 애사심이 남다른 제프 베조스

* 화성보다는 달, 달보다는 지구 - 베조스는 머스크와 달리 화성이 인류 거주지로 지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회의적이다. 화성 보다는 달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달을 주거지로 만들고 나면 화성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베조스는 특히 이런 계획들 보다 ‘지구’라는 보석을 더 나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좋은 계획은 ‘인류가 수천년 동안 지구에서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지구를 보전하는 것이다. 지구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제프의 멘토 오닐 교수 - 프린스턴 대학 물리학과 제라드 오닐 교수는 우주 공상가였다. 우주를 식민지화해야 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우선 달의 궤도 인근 지점에 약 2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식민지를 건설하고, 대부분의 공해산업도 우주로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지구를 보전해 지구를 인류를 위한 공원이자,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행성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 아마존의 데이 원(Day-1) 정신 - 창업 첫날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베조스의 철학이다. 1997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처음 언급했다. “오늘은 인터넷의 데이 원이며, 우리가 잘 해낸다면 아마존에게도 데이원이 될 것입니다. 데이 투(Day-2)는 ‘정체’ 입니다. 무사인일과 고통스러운 퇴보, 죽음으로 이어지는 날입니다. 우리는 항상 데이 원이어야 합니다.”

* 우주 비용 조달위해 아마존 만든 베조스 - 고교시절 여자친구의 증언. 베조스는 당시 아마존을 창립한 이유가 우주 회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돈을 충분히 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고 했다. 베조스도 “그녀의 말이 어느정도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 블루 오리진도 재사용 가능한 로켓 성공 - 2015년 11월24일 아침, 최초의 미국 우주인 앨런 셰퍼드의 이름을 딴 뉴셰퍼드호가 자구와 우주 경계선으로 널리 간주되는 고도 100킬로 지점, 즉 카르만 라인을 돌파했다. 탑승자 없이 로켓 꼭대기에 장착된 캡슐은 추진용 로켓에서 분리된 후 낙하산 유도 하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뉴 셰퍼드는 두뇌도 갖춰, 스스로 날 수 있는 자율 비행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컴퓨터 알고리즘과 풍속 측정 센서, GPS 시스템을 장착했다.

◇ 경쟁에선 늦었지만 꿈은 더 원대한 브랜슨과 앨런

* 폴 앨런과 리처드 브랜슨의 의기투합 -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우주 개척의 꿈을 위해 우주선 스페이스십1을 개발하고 안사리X 프라이즈 이벤트를 개최했다. 브랜슨은 앨런에게 스페이스십1의 기술사용권 달라며 통큰 계약을 제안했고, 결국 2500만 달러 상당의 계약으로 15년간의 권리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계열사 목록에 ‘버진 갤럭틱’을 추가했다.

* 괴짜 브랜슨의 괴짜 엄마 - 브랜슨의 인생 슬로건은 “일단 부딪혀보자(Screw it, let’s do it)”이다. 언제나 자녀들의 자립심을 고취시켰던 어머니 이브 브랜슨의 DNA이기도 하다. 그녀는 영국 공군 훈련단이 글라이드 비행교관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지원했던 괴짜다. 하지만 조정법도 모르고, 심지어 남성에게만 자격 주어진 테스크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남장까지 하고 참가해 결국 합격했다.

* 고르바초프의 ‘첫 민간우주인’ 유혹 - 고르바초프가 브랜슨에게 전화를 걸어 “최초의 민간 우주인이 되어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제안을 수락하려면 5000만 달러와 함께 러시아에서 2년간 훈련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 20만 달러 갤럭틱 우주여행 - 2006년 초 버진 갤럭틱에는 이미 1300만 달러의 예약금이 쌓여 있었다. 브래드 피트와 엔젤리나 졸리도. 톰 행크스, 해리슨 포드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첫 100명은 발기인으로 등재됐다. 10%의 예치금만 내면 등록 가능한 여타 구매자들과 달리, 이들은 20만 달러 전액을 미리 지불할 정도로 우주여행에 대한 꿈이 컸다.

* 다시 우주를 꿈꾸는 앨런 - 2011년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날개 길이가 축구장보다 넓은 비행기다. 승객이 아닌 로켓을 실어나를 수 있을 정도다. “우주는 멀리하기엔 너무 짜릿한 꿈입니다.” 그 역시 우주여행을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궁극적으로는 우주선을 항공사 방식으로 운영하길 원한다. 로켓을 항공기 형태로 만들어 완벽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 비행체 운반 항공기를 희망한다. 적어도 매주 1회는 이륙이 가능하게끔 운영되는 시스템을 꿈꾼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