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나흥식 'What am I?'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09-30 08:00 수정일 2020-05-29 11:51 발행일 2019-09-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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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 몸을 얼마나 알고 있나 …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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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의 뇌의학 전문가 나흥식 교수가 지난 5월에 내놓은 ‘What am I?’를 소개한다. 저자의 대학 인기강의 중 하나였던 ‘생물학적 인간’ 강의 내용을 종합 정리한 것이다. ‘국내 최고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관한 통찰’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과학에 기반해 풀어낸 의학 교양서다. ‘직립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외할머니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 등 호기심 생길 법한 우리 주변의 현상들을 인문학적 관점의 시각을 더해 풀어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의학 상식들도 바로잡아 준다.

< 베껴두면 도움 될 내용들 >

◇ 우리 몸의 자연 치유제 엔돌핀과 멜라토닌 

* 고통의 구세주 ‘엔돌핀’ - 엔돌핀(endorphin)은 endor(안)+morphine(아편)이 합쳐진 말이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아편이다. 심한 운동이나 흥분, 통증, 매운맛 등 강한 자극에 의해 뇌에서 분비되어 고통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도중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하는 것도 엔돌핀 분비와 관련 있다. 침의 진통 작용도 엔돌핀 분비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엔돌핀은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여자 운동선수의 월경 불순 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 인체의 위대한 발명품 ‘멜라토닌’ -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나이가 들면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젊은 사람들보다 앞당겨지며 분비량도 줄어든다. 노인이 초저녁에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것도 멜라토닌 분비시간이 당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치매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해 치매를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멜라토닌 분비가 줄고 이에 따라 치매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멜라토닌은 수명장애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산소 찌꺼기인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이 강력하다. 생명체가 유해산소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으로,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다. 

* 자외선, 알고보면 ‘양날의 칼’ - 자외선이 피부 노화의 원흉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자외선은 비타민D 생성과 우울증 예방은 물론 피부 살균작용까지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자외선보다 유해산소가 우리 생명을 노리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말한다.

◇ 암을 유발하는 야근(夜勤)… 저혈압 환자 몸 일으켜선 위험

* 야근이 암을 불러온다? - 세계보건기구는 2007년에 ‘야근’을 암 유발 가능요소로 분류했다. 밤에 밝은 불빛 아래에서 일하면 암의 생성을 억제하는 멜라토닌이 적게 분비되므로 암에 걸릴 확률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간에 근무하는 사람의 암 발생률 높고, 멜라토닌 복용시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임상 결과도 있다고 한다. 

* 자세성 저혈압 -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현상이다. 혈압감시체제 가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가 다리 쪽으로 모여 심장으로 향하는 피가 줄어들면서 혈압이 낮아지는 탓이다. 저혈압은 뇌에 피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어지러움증이나 기절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 저혈압 환자는 눕혀야 자연치유 - 수축기 혈압은 뇌를 포함한 우리 몸 구석구석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압력이다. 저혈압 환자가 기절하는 것은, 뇌까지 혈액 공급을 못할 만큼 낮은 압력 때문이다. 따라서 저혈압 환자가 쓰러지는 것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려는, 기가 막힌 우리 몸의 방어기전인 셈이다. 이럴 때 절대로 일으켜 세우면 안된다.

* 엄청나게 큰 기린의 심장 - 최대 6m가 되는 기린의 수축기압은 270수은주밀리미터이며, 이완기압은 180 정도라고 한다. 이 엄청난 혈압을 만들기 위해 기린의 심장은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무게만도 10kg에 이른다고 한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아주 작은 뇌에 피를 전달하기 위해, 혈액을 공급해야 하는 기린의 심장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카제인나트륨·MSG… 우리가 모르는 진실들 

* 카제인나트륨은 독약이 아니다 - 한 동안 커피에 들어있는 카제인나트룸을 독극물처럼 취급한 적이 있다. 커피업계에서도 후발사 노이즈 마케팅으로 논란이 인 바 있다. 우유에는 지방과 유당 단백질이 있는데, 이 중에서 지방만 빼면 무지방 우유가 되고, 유당까지 빼면 유단백인 카제인만 남게 된다. 물에 잘 녹도록 카제인에 나트륨을 붙인 것이 카제인나트륨이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이 나서서 인체 무해함을 발표한 후에야 논란이 일단락됐다. 

* 감칠맛 내는 MSG(monosodium glutamate) - MSG의 주성분은 글루탐산이다.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다. 감칠맛은 기존에 4대 미각으로 알려진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이어 새롭게 발견된 5번째 미각이다. 미각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은 신생아를 위해 모유에도 글루탐산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현재 의학적으로도 인체 유해성이 발견된 것이 없다. 국민 일인당 MSG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일본이 최장수국인 것은 무엇으로 설명될까?

* 우유에는 설탕보다 소금 - 포도당과 아미노산은 경쟁 관계에 있다. 우유가 맛이 없다고 설탕을 넣으면 아미노산에 포도당을 배치한 격이다. 우유를 가장 효과적으로 먹는 방법은 소금을 첨가하는 것이다. 우유의 아미노산이 소금의 카트륨과 함께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소변에서 나오는 우로키나아제 - 혈액응고 산물인 피브린을 녹이기 때문에 혈전 치료제로 널리 이용된다. 혈관에 지방과 혈액응고 산물이 쌓여 생기는 동맥경화도 우로키나아제로 치료한다. 예전 학교 화장실에 따로 소변을 모으는 통을 비치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 우리 몸의 신비한 신체 메커니즘과 그 비밀…

* 키스나 음악감상 때 눈 감는 이유는? - 우리 몸의 다른 감각을 억제시키기 위해서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버섯 모양 생식기와 피스톤 운동 - 모든 포유류 수컷의 생식기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 버섯 모양에, 짝짓기 때는 반드시 피스톤 운동을 한다는 점이다. 자신보다 먼저 짝짓기했을 다른 수컷 경쟁자의 정자를 걷어낸 뒤 자신의 정자를 넣기에 최적한 모양과 행동이라고 한다.

* 폐활량 - 힘껏 숨을 들어 마신 뒤 내뱉는 공기의 양을 측정한 값이다. 성인 남자의 폐활량은 5리터 정도다. 그러나 우리가 평상시 호흡하는 양은 폐활량의 10%인 500밀리리터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 성인 혈액량 5리터 - 몸무게 70kg인 사람의 혈액량은 5리터 정도라고 한다. 심장이 1분간 약 5리터의 피를 내보내며, 심장을 출발한 혈액이 몸을 한 바퀴 돌아 심장으로 돌아오는 데 1분 정도 소요된다.

* 알고보면 비대칭인 우리 신체 - 우리 몸의 겉모습은 좌우 균형 추구하고 있지만, 우리 모든 내장 장기는 좌우 불균형이다. 심장과 위 간 췌장 소장 대장 비장 등은 모두 하나 뿐이다. 좌우에 하나씩 있는 허파 콩팥도 비대칭이다. 유일하게 외부에 노출된 내장 장기인 고환 역시 대부분 한 쪽이 조금더 내려가 있다. 서로 충돌하지 않게 되어 있는 비대칭이라고 한다.

◇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누워도 왼쪽으로 … 알아두면 좋은 건강상식들

*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왼쪽으로 누워라 - 되도록 이면 식후에 금방 눕지 말고, 눕더라도 왼쪽으로 눕는 것이 역류 예방에 좋다고 한다. 담배는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을 악화시키므로 당연히 엄금 사항이다. 

* 딸꾹질 멈추는 방법 - 놀라게 하거나 찬물 마시는 경우 많지만, 가장 과학적인 방법은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내쉰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는 법이다. 혈액의 이상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서 혼돈상태로 딸뚝질하던 호흡중추가 안정상태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원리다.

* 우리나라 혈액형 분포 - A형이 34.5%로 가장 많다. 이어 B형(27.1%)과 O형(27.0%)이 비슷하고 AB형이 11.4%로 가장 적다. 남미에 사는 사람은 O형이 압도적이라고 한다. 페루 인디안과 브라질 보로도 원주민들은 100% O형이다. O형은 다른 혈액형에게 자신의 피를 공여할 순 있지만, 200밀리리터 미만의 소량만 가능하다. 적혈구막에 있는 항원은 많은 반면, 혈장에 있는 항체는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 펭귄도 추위 피하려 무리 속 위치 바꾼다… 사람은? 

* 펭귄의 추위 피하기 ‘배려의 노하우’ - 극지방 펭귄은 대개 다닥다닥 붙어 무리 지어 추위를 피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장 안쪽에 있는 놈이 바깥으로 나오고 밖에 있던 놈들이 안으로 한칸씩 들어가길 반복한다. 추위를 피하기 위한 서로에 대한 배려다.

* 단거리가 강한 서아프리카, 장거리에 능한 동북아프리카 - 2012년 런던올림픽을 포함해 7차례 올림픽에서 남자 100미터 결승 오른 56명의 선수들 조상을 조사해 보니, 모두가 서아프리카계였다. 중서부 밀림지역 사냥에 특화된 단거리 능력이 발휘된 것이었다. 우사인 볼트의 조국인 자메이카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단거리 육상 강세지역도 지도상 서아프리카와 가깝다. 반면 장거리에서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은 대부분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동북부 아프리카계다. 케냐와 탄자니아가 세계 마라톤을 쟁패한 것도 이런 유전자 때문일까.

* 앨런의 법칙/베르크만의 법칙 -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의 귀와 주둥이 꼬리 등 돌출부위가 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의 돌출 부위보다 작은 것을 ‘앨런의 법칙’이라고 한다. 추위에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돌출 부위는 작게 만들어 놓고 정작 몸은 커진 것이다. 반면에 추운 지방의 개체들은 더운 지방보다 몸집이 크다는 것을 ‘베르크만의 법칙’이라고 한다. 

◇ 더 건강한 인류,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들려면… 

* 글리제 581g - 제2의 지구를 말한다. 지구로부터 20광년 거리에 위치한 글리제(Gliese) 581g는 지구처럼 모 항성과 적당한 거리에 있으며, 지구와 비슷한 중력에 물과 공기 등이 존재한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모 항성을 향한 쪽은 엄청나게 뜨겁고, 반대쪽은 얼음덩어리일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체가 있다면 그 둘의 경계선 부위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 선택어업/균형어업 - 선택어업이란, 낚시에 걸린 작은 치어는 놓아주고 일정 크기 이상의 물고기만 잡거나 그물코를 크게 해 작은 물고기는 빠져나가게 하고 큰 물고기만 잡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벨기에 국제자연보호단체의 일원인 가르시아 박사 연구팀은 이런 선택어업이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큰 물고기만 선택해 잡아버리면 바닷속은 곧 크게 자라지 못하는 허약한 물고기, 즉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물고기들로 가득해져 결국 바다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균형어업이란 반대로 그물코를 작게 해 크기와 관계없이 물고기를 잡되,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양을 정하자는 것을 말한다.

* 퍼빙(phubbing) - 스마트폰을 뜻하는 폰(phone)과 ‘무시’를 의미하는 snubbing의 합성어다. 현대인이 스마트폰에 빠져, 앞에 있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스마트폰에 집중해 주변 사람과는 건성으로 눈을 맞춘 채 머리 숙여 땅만 쳐다보고 다니는 인간들을 꼬집는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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